[펌]北 인권 위해 국제사회와 공조해야

미국 국무부는 2월25일 ‘2008년도 인권 보고서’를 발표하며 북한의 인권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미 국무부는 ‘대외원조법’에 따라 매년 의회에 세계 각국의 인권 실태 보고서를 제출하고, 또 인권침해국으로 지정된 국가에 대해선 경제 원조 제한 등의 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다. 2008년 보고서도 그 일환으로 발표된 것이다. 최근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버락 오바마 새 행정부 출범 직후 나온 것이어서 어느 때보다 국내외의 이목을 끌고 있다.이번 인권 보고서는 “김정일의 절대적 독재 아래 있는 북한은 언론·출판, 여행, 노동권 등 모든 분야에서 주민들의 삶을 통제하고 있으며, 탈법적 살인·실종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에는 자의적 구금이나 체포를 금하는 형법이 있지만 당국이 실제론 이 법을 지키지 않는다”며 “보위부가 정치범을 자의적으로 체포하고 재판 없이 수용소로 보낸다”고 비판했다. 한마디로 북한 인권 상황은 ‘여전히 비참하고 나아진 게 없다’는 것이다. 이는 2008년 12월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북한 인권 결의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그럼에도 몇 가지 특징이 발견된다. 우선 북한 인권 문제는 북·미 관계 정상화 대화에서 한 부문을 차지하는 주요 의제가 될 것임을 밝히고 있다. 즉, 미국이 북·미 관계 개선 과정에서 안보 문제(핵 문제 등) 못지않게 인권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것이다. 이는 사안의 심각성에 대한 미 정부의 인식을 반영할 뿐더러 인권 단체들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정권이 자의적·불법적으로 생명을 박탈한 인권 침해 사례로 북한 경비병이 지난해 7월11일 금강산 관광객을 총으로 살해한 사건을 꼽은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단순히 남북관계 악화 내지 관광 교류 위축을 가져온 피격 사건이 아니라 고귀한 생명권을 앗아간 중대한 인권 침해 사건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간 미 국무부는 북한과 이란·시리아·미얀마 등을 ‘10대 세계 최악의 인권침해국’으로 지정해 왔으나, 이번에는 이들을 범주화시키지 않고 지역에 따라 국가별로 인권 실태만을 적시하고 있다. 지나치게 해당 국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문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해 나가려는 실용적인 자세가 엿보인다.앞으로 미국은 북한 인권 문제에 공세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2월25일 정례 브리핑에서 “인권 향상을 위해 온 힘을 기울이겠다” “정부 단독의 차원을 넘어 국제적 노력을 이끌어낼 것” “다른 나라 정부와 비정부기구, 기업, 종교 지도자들, 일반 시민 누구든 인권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일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한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북한은 다른 인권유린 독재국가들처럼 내정간섭 운운하며 반발할 것이다. 하지만 유엔 체제 아래서 반문명적 인권 침해를 거론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것은 내정간섭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인류의 양심’이 명령하는 주권국가의 의무이며, 국제사회가 공동 대처해야 할 핵심 과제라고 하겠다. 더욱이 북한은 1966년에 채택된 2개의 국제인권규약 당사국이다. 따라서 국제인권 규범의 성실한 이행을 더 이상 피하려 해선 안 된다. 인권 개선은 북한의 개방을 평가하는 지표이며,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는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한다.변화하는 전략적 환경을 고려해 정부는 조속히 적실성 있는 대북 인권 개선 정책을 마련하고, 국제사회와의 공조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시늉하는 적당주의’에서 탈피해 인권 침해 실태 조사와 기록 보존, 정책 제안 등 북한 인권 증진에 적극 나서야 한다.[[제성호 / 중앙대 교수·법학]] 출처 :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