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환수와 평화 그리고 우리네 삶

2007년 2월 24일, 그동안 뜨거운 감자였던 ‘전작권 환수와 관련된 문제’가 최종 타결되었다. 환수 자체만 놓고 보았을 때는 우리에게 매우 의미심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안보’가 어쩌네 저쩌네해도 이 사실은 지난 한 세기가 넘도록 찾아올 수 없었던 ‘자주국가’란 단어를 이 땅에 초보적으로나마 심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

기실 전작권 환수 일정이 확정되었다 해서 바로 ‘자주국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 배경에는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 재편’이 도사리고 있고, 또 미국의 영향력에서 우리가 바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요컨대 지구촌은 한 세기 가까이 미국이란 ‘패자’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특히나 분쟁 발발 가능성이 가장 높은 몇 안되는 지역 가운데 하나인 동아시아, 그것도 한반도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당장 ‘평화’가 도래하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아직도 미국을 위시한 중국, 일본 등 근현대 시기 숙명의 삼자(三者)와 끊임없이 패를 돌리며 ‘고스톱게임’을 진행해야 하는 운명에 처해 있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암울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전혀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유사이래 영원한 패권국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역사를 돌이켜 보면 더욱 쉽게 추측할 수 있다. 도처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음은 쉬이 감지할 수 있는 일이 되었다. 허나 미국이 게임에서 ‘선(先)’을 잡는 기회가 줄어 들었지만 중국, 일본이 ‘선(先)’을 잡는 횟수가 부쩍 늘어났다. 그러면서 한국은 쉬면서 광(光)만 파는 일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반면 지극히 위험한 놀이이지만 ‘북핵’등의 각개전투로 선을 잡아 야금야금 우월한 국면을 조성하고 있는 최근 북한의 외교행태는 우리가 지켜볼만한 가치가 있다. 사실 상상만 해도 끔찍한 ‘벼랑끝 전술’로 일관하는 북한이지만, 북한의 외교전략은 매우 치밀함이 돋보인다.

국제무대에서 ‘외교문제’만큼은 사실 한국은 바닥을 기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여러가지 어쩔 수 없는 어려움이 산재하고 있기에 우리가 외교력을 발휘하는 데 있어 한계가 있음을 혹자들이 토로하는 것에 일면 수긍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작 문제의 핵심은 우리의 힘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에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경험한 것을 가지고 경험하지 못한 것을 추론하는 것은 과연 정당한가?”라 하였던 흄의 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모든 것을 지난 한 세기동안 우리가 겪어 온 고난으로써 모든 잣대를 들이대려 하지 말자. 전지구적 자본주의로 인하여 우리네 삶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국제정치 외교무대에 있어서는 분명 조금씩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비유가 맞을런지는 모르겠지만 앞서 언급했던 고스톱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고스톱이란 도박을 오래 하다보면 딴 놈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려 할테고 잃은 놈은 더욱 기를 쓰고 정해진 시간을 넘겨가며 판을 유지하려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 와중에 중간에서 본전치기하던 사람이 순식간에 패가 망신하는 경우도 고스톱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다. 지루한 고스톱을 끝내고 편안한 잠자리에 들기 위해서는 ‘일정한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 현재 처한 상황을 직시하고 본전찾기에 혈안이 되어서도 안되고, 도박의 승자는 항상 한 두사람이 될 수 없다는 ‘절대진실’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여기에서 우리 모두가 지루한 도박을 끝내고 평화로운 아침 해를 맞이하는 노련함을 우리 스스로가 보여줘야 한다. 전작권 환수로 한반도의 평화가 정착되는 것도 아니겠지만 일련의 출발점이 될 수는 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는 ‘연애’에서도 ‘사랑의 방식’이 잘못되면 지속적으로 수정해 나가는 노력을 통해 사랑을 쟁취할 수 있다. 평화도 마찬가지이다. 방법이 잘못되면 어떤 방법이 우리에게 최선인지 머리를 맞대고 끊임없이 연구하고 토론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아직 경험하지 못한 것을 가지고 미리 예단하면서 내부에서 스스로 치고받고 싸우는 일은 가급적 자제해야 정말 발전다운 발전을 해 볼 생각을 가질 것이 아닌가?

외교도, 사랑도, 도박도, 우리네 삶도 다 일맥상통하게 되어 있다. 길은 누가 만들어주는 것보다 우리가 직접 만들어가야 재미가 있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