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주요 20개국(G20) 등장의 본질이다.

최근의 유럽발 재정위기 쇼크는 글로벌 경제의 상호연관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다시 보여주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상호연관성은 그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도 협력의 틀이 필요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문제는 인류세계가 국가 단위에서 풀어갈 수 있는 수단들을 수세기에 걸쳐 구축했지만, 글로벌 협력이 필요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틀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 문제, 글로벌 불균형 해소, 국제 금융개혁 중 어느 하나도 이 같은 협력을 전제로 하지 않고서는 해결할 수 없다. 이처럼 새로운 차원의 도전에 직면한 인류사회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글로벌 지배구조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주요 20개국(G20) 등장의 본질이다.  그러나 G20의 역사적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회의에서 합의된 내용은 법적 구속력을 갖지 못하고, 또한 특정 국가가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더라도 제재할 수단과 자원이 없다.  집단행동의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G20 자체가 집단행동의 딜레마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올해 서울 정상회의는 지난해 피츠버그에서 정례화시킨 것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이는 지금까지 논의해온 주요 현안들에 대한 실질적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것을 의미하고, 의장국인 한국은 그에 필요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데 “국격을 한 단계 높이고 국제질서의 주도자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정부의 바람은 유감스럽게도 희망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현안들에 대한 이견을 조율하고 실질적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우리 자신부터 새로운 시대 흐름에 부합하는 모습을 보일 때 가능하지만, 우리 모습은 새로운 흐름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공권력에 의지할 정도의 취약한 민주주의와 갈수록 심화되는 한반도의 갈등은 새로운 시대 흐름과 거리가 멀다. 금융을 신성장동력 산업의 하나로 생각하며 은행의 대형화와 겸업화를 고집부리는 것 역시 국제금융개혁의 흐름과 부합하지 않는다.  취약한 내수와 수출의존적 성장 모델은 피츠버그 회의에서 합의된 ‘강하고 지속가능하며 균형된 성장을 위한 틀’과는 상반된다. 의장국에 필요한 한 차원 높은 수준의 리더십은 지구촌이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첫째,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과 관련해 ‘해당국 중심의 규제와 국제협조’ 체제의 마련을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  국제 대형 은행 지점에 대한 해당국 규제와 국제은행의 자금 흐름에 대한 국제협조 원칙의 마련은 통화와 만기 불일치에 따른 외화 유동성 위기를 크게 완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제자본의 놀이터가 되고 있는 우리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둘째,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의 활력을 만들기 위해 녹색기술에 대한 공동투자와 저개발국에 대한 기술 이전 문제를 다뤄야 한다.  투자리스크가 높은 녹색산업에 대한 국가별 투자는 매우 비효율적이며, 선·후진국 간 기술격차의 확대는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저개발국에 대한 기술 이전은 기후·부채 문제의 해결은 물론 선·후진국 간 가교역할의 수행과 G20의 외연 확대에도 기여할 것이다.  셋째, 글로벌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환율시스템의 질서 있는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미국의 금융 불안정과 신흥국의 안정적 달러 확보가 동전의 양면이듯 경제력의 다극화 속에서 달러 중심 체제는 모두에 바람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제들을 관철시키기 위해 정부와 시민사회가 지혜를 모을 때 G20은 지구촌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글로벌 협력체제로 제도화되고,  한국은 G20과 비 G20을 결합시키는 네트워크의 허브가 되며, 이는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글로벌 협력 마련의 계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