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워제네거, 부시 환경정책에 ‘반기’ 들었다

캘리포니아주가 조지 부시 행정부의 환경정책에 반기를 들고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는 새로운 법안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공화)는 30일 주의회 민주당 지도부 인사들과 오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5% 줄이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안 ‘AB32’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이 법안은 이날 주 상원의결을 통과했으며 31일로 예정된 하원 의결도 무난히 통과할 전망이다.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다.

이 법안은 부시 행정부의 환경정책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어서 향후 정치적 논란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기업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고 일자리가 감소할 것을 우려해 2001년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위한 교토협약에서 탈퇴하는 등 소극적인 환경정책을 펴고 있다.

새 법안 ‘AB32’는 캘리포니아의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대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을 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11년까지 발전소·정유공장 등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조사하고 산업 시설 전반에 걸쳐 분야별 배출한도를 정한 뒤 2012년부터 본격적인 규제에 들어가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온실가스 감소 목표량을 달성하거나 감소에 적극적인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일부에서는 이 법안이 경제적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이유로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 가장 많은 3천4백만명의 인구를 갖고 있는 캘리포니아주가 이 제도를 실시해 긍정적 효과를 얻을 경우 다른 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온실가스 배출을 법으로 규제하고 있는 나라는 유럽뿐이다.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이 시스템이 성공한다면 다른 주와 국가들에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며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파비앤 누네스 주하원 대변인도 “캘리포니아가 환경보호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법안 제정과 관련해 눈길을 끄는 것은 공화당 소속이면서도 민주당 인사들과 협조해 부시 행정부의 정책과 반대되는 환경정책을 펴고 있는 슈워제네거 주지사의 행보다. 그는 2004년에도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자동차 배기가스를 규제하는 법안을 도입했으며 지난 1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공동 대처 방안을 찾는 데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그는 지난달 부시 대통령이 줄기세포 연구지원 법안을 거부했을 때도 “주 예산을 투입해 줄기세포 사업을 전폭 지원하겠다”고 말해 차별성을 부각시켰다. 그는 또 이민자 규제와 미국~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등 부시 행정부의 주요 정책에 반대입장을 고수했다.

슈워제네거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미국 언론들은 11월 중간선거에서 주지사 재선을 노리고 있는 슈워제네거가 공화당 보수파와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거리를 두려는 의도를 본격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슈워제네거가 지나치게 선거를 의식해 무차별적인 지지자 확보에 몰두하고 있다는 비난을 제기하고 있다. 슈워제네거는 최근 캘리포니아의 인디언 보호구역에 카지노와 슬롯머신 2만여대 증설을 허가하는 법안을 주의회에 제출해 선거용 선심 법안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