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코펜하겐 좋은 소식 기다리며

한동안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은 천천히 대비해도 상관없는 일처럼 여긴 적이 있다. 물론 지금도 그런 주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가 2007년 제4차 보고서를 발표한 뒤에는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보고서는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450~500PPM일 때 지구 온도가 2도 올라가는데 현재 농도는 이미 385PPM이라고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을 2도로 묶어야 지구적 재앙을 막을 수 있다. 지구 평균 온도가 3.5도 오르면 생물종의 40~70%가 멸종할 수 있다고 한다. 2020년에는 아프리카 2억5000만명이 물 부족 상태에 처한다. 보고서는 인류가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안되는 절박한 상황에 직면해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이 보고서 이후 온실 가스의 심각성을 깨닫고 감축의 절박성을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7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도쿄의정서를 대체하기 위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린다. 인류의 재앙을 막기 위한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각성 때문인지 단 한 명의 정상도 참석하지 않았던 12년 전 교토 의정서 체결 때와 달리 이번 총회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포함해 100여개국 정상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낙관할 상황은 아니다. 최대 배출국인 미·중은 물론 주요 배출국들이 여전히 의무 감축에 부정적이다. 선진국은 개도국에, 개도국은 선진국에 책임을 전가하며 자기 책임을 이행할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1990년부터 2007년까지 배출량 증가율이 113%로 세계 1위인 한국이 제시한 2020년 4% 감축 목표 역시 너무 낮은 수준이다. 기후 변화는 이제 과학의 문제가 아니다. 과학적 판단에 대한 시비는 끝났다. 경제의 문제도 아니다. 기후 변화를 방치해서는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점 역시 명백해졌다. 현재와 같이 화석 연료에 의존한 생산과 소비의 산업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인류는 생존할 수 없다. 문제는 정치다. 주요 국가의 정치 지도자들이 자국 시민들의 삶과 이익을 위해 결단을 내릴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만일 각국 시민들이 기후 변화에 관심이 없다면 정치 지도자 역시 다른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다. 시민들 스스로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현재와 같은 생산과 소비의 구조를 깨는 일에 나서고, 그런 일에 앞장서는 정치 지도자를 지지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 지도자들도 과감한 정치적 결정을 할 수 있다. 우리 각자가 온실 가스를 줄이는 데 따른 일상적 불편을 감내할 마음의 준비가 없다면, 코펜하겐에서 좋은 소식이 오기를 기대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