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로 헌재소장 임기 늘이려다 그런 걸 대체 누구를 탓해?

어제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파행이 되었다가 오늘 오후에 여야간의 합의로 속개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제의 인사청문회를 보고 느낀 것은 역시 어줍잖은 꾀를 쓰면 결국 제 꾀에 제가 넘어간다는 동서고금의 진리였다…

이번에 헌재소장에 지명된 전효숙씨는 열린당의 전략기획위원장인 이목희 의원이라는 자가 사법쿠테타라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던 헌재의 신행정수도 위헌결정 때 혼자 각하의견을 내서 현정부의 모든 찬사를 받았던 사람이다…

이처럼 전효숙씨는 이전의 헌재재판관 중에 현정권과 가장 코드가 잘 맞고 여성이기까지 해서 한명숙 총리와 함께 2명의 여성 각부 수장이 되어 현정권의 이미지쇄신을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정권으로서는 놓치기 어려운 인물임에는 확실하다…

하지만 이미 헌재재판관으로 3년을 해먹은 사람을 헌재소장으로 다시 앉혀서 6년의 임기를 추가로 해먹을 수 있게 하여 도합 9년의 임기를 주고 현정권이 끝난 뒤에도 현정권의 코드에 맞는 결정을 내리게 하려고 한 꼼수가 결국 헌법 위반으로 이어져 요꼴이 난 것이다…

사실 한나라당에도 법리에 밝은 의원이 드문참에 마침 지난 재보선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탄핵의 주역 민주당 조순형 의원이 해박한 법적 지식을 바탕으로 이번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헌법 제111조 제4항이 ‘헌법재판소의 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 고 규정하고 있으므로,이미 헌재재판관에 대한 사표를 내고 민간인이 된 전효숙 후보자는 헌재소장이 될 자격을 상실했고 헌재소장이 되기 위해서는 다시 헌재재판관이 되는 인사청문 등의 절차를 밟고 이어서 헌재소장이 되기 위한 인사청문회를 받아야 한다…

누구도 생각해내기 어려운 법논리이며 어찌보면 트집잡기로도 볼 수 있는 이러한 지적은 사실 현정권이 편법으로 헌재소장의 임기를 늘려주려다 발생한 결과물이다…

사실 법은 헌재소장의 임기는 규정하지 않고 오로지 헌재재판관의 임기만 6년으로 정하고 있는데, 헌재소장도 헌재재판관의 일원인만큼 헌재소장도 임기가 6년인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전효숙씨가 헌재재판관인 상태에서 헌재소장에 오르게 된다고 해도 그가 헌재재판관의 일원임에는 변화가 없으므로 6년의 임기만 보장되어, 이전에 헌재재판관으로 지낸 3년의 임기에 헌재소장으로서 앞으로 3년의 임기만을 보장받게 되는 결과가 된다…

그런데 현정권이 자신들의 정권이 끝나더라도 헌재 결정이 자신들의 코드에 맞게 하도록 하기 위해 전효숙씨를 사임시켜 헌재재판관의 지위를 가지지 않은 상태에서 헌재소장으로 다시 6년 동안 일하도록 하려고 꼼수를 부리다가 결국 헌법에 위반되고 만 것이다…

그것도 청와대 민정수석실까지 나서서 이런 꼼수를 전효숙씨에게 설명하고 전효숙씨는 얼씨구나 그 제안을 받아들여 이 지경까지 온 것이다…

그런데 그야말로 이런 자승자박인 상황에서 열린당은 과거에도 이런 사례가 있었다며 문제가 없다는 헛소리를 하고 있다…

과거에는 헌재소장을 제외하고는 헌재재판관들에 대한 인사청문회 자체가 없어서 현재의 전효숙씨와 같은 민간인들을 당장 대통령이 헌재재판관으로 임명하고 즉시 헌재소장으로 내정하여 인사청문을 받게 할 수 있었다…

그랬던 걸 지난 헌재의 신핼정수도 위헌결정 이후 열린당이 헌재 군기잡는다며 헌재소장뿐 아니라 헌재재판관도 인사청문을 받게 해 지금과 같은 절차적 난맥상이 발생한 것 아닌가?

그래놓고 사실관계도 다른 과거 사안을 들어 이번에도 아무문제 없다고 하는 유명한 변호사 출신 최재천 의원들을 포함한 열린당 의원들은 대체 뭐하는 사람인가?

사실 일선 판사건 헌재재판관이건 판결로 말하는 것이 원칙이고 나름대로 법조계에서 열심히 일해온 사람들이기에 이번에 전효숙씨가 헌재소장으로 취임하는 거 별로 나쁘게 생각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마음이 싹 달라졌다…

이런 법리적 문제도 파악하지 못하고 그저 임기 늘려주는 것에 혹해서 청와대 민정수석실 전화받고 덜컥 헌재재판관 사직서낸 사람을 대체 뭘 믿고 헌재 수장에 앉힌단 말인가?

정말 한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