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先비확산 後비핵화’ 전략 취할 것

18일 서울프라자호텔에서 열린 ‘북핵문제 해결방향과 북한체제의 변화 전망’이라는 제하의 통일연구원(원장 서재진) 주최 학술회의에서도 이 같은 미국의 대(對)북핵정책의 변화 조짐에 초점이 모아졌다. 조민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센터 소장은 “북한의 완전 핵포기와 미북 관계정상화의 대타협은 어려울 것”이라며 “미국은 우선 비확산에 주력하면서 장기적으론 비핵화를 목표로 북핵문제에 접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북한도 미국의 미래 최대 우려가 ‘비확산’으로 보고 ‘앞으로 핵을 만들지 않겠다’면서 대미 공략을 할 것”이라며 “이미 만들어 놓은 핵물질·핵무기 등에 대해서는 공인받겠다는 입장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 소장은 결국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先비확산 後비핵화’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며 “북한도 장기적, 단계적, 전략적 선택을 통해 핵군축 후 검증을 받겠다는 입장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은 북핵 문제를 ‘비확산→(미국과 러시아 등 ) 핵감축→핵폐기’의 장기적 전망위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에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고 따라서 “미국과 북한은 비확산에 대해 합의하고 핵감축을 시도, 궁극적으로 비핵화로 가는 방향의 현실적 절충점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한반도를 둘러싼 역학관계에서 줄타기를 하면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반면, 미국은 ‘핵무기 없는 세계’를 목표로 하고 있어 타협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절충점’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전봉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도 “북한은 이미 ‘불법적 핵보유국’이라고 봐야 한다”며 “과거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핵폐기에만 관심이 많았다면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더 듣는 방법으로 북핵문제를 접근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 교수는 칼을 가지 강도에게 ‘칼만 내놓아라’는 것이 부시 행정부라면 강도가 ‘칼’을 가지게 된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해 하는 것이 오바마 정부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북핵문제를 ‘핵보유’라는 현실에서 출발, 미·북관계개선과 평화체제 등과 병행해 풀어야 한다는 식의 포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토마스 허바드 전 주한미대사는 “미국은 6자회담을 미·북 양자회담으로 보강할 것이고 한국, 일본 등 동맹국간의 협의도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미국은 만족스러운 검증체제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미·북간 정상적인 관계는 맺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이어 “부시 행정부 초기 6년간의 대북정책과 오바마 행정부와의 정책은 차이가 있을 것”이라면서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정권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고립화’시켜선 안된다는 것이 지난 부시 행정부의 교훈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미즈코시 히데아키 주한일공사는 “북핵문제는 미사일, 인권문제와 연계돼 포괄적으로 해결한다는 접근방식으로 가야만 동북아 지역의 진정한 평화로 갈 수 있다”면서 “한국, 일본, 미국은 동맹을 더욱 공고히 해 북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즈코시 공사는 “북한은 미국, 일본, 남한을 분리시키려고 하고 있다”면서 “한·미·일이 대북정책을 잘 조율해 북한이 합의사항 등을 어기면서 계속 양보만을 요구할 경우에도 일관된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인정 여부와 관련, 허바드 전 대사는 “세계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 역시 북한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소장도 “핵보유의 ‘실체’와 핵보유의 ‘인정’은 다르다. 미국을 비롯해 국제사회는 핵보유를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이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면 몸값이 높아지고, 북한의 협상전략에도 힘을 실어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재성 기자